난 지난호에서 언급했다시피 겸업농이다

블루베리농사가 주작목이고 친환경재배를 하기 때문에 화학비료, 제초제나 살충,살균제 등 농약을 일체 쓰질 않고 이를 확인받기 위해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매년 무농약인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농작업중 가장 힘이 들고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 잡초를 제거하는 일이다.

두릅과 밤농사도 짓는데 두릅은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인증이고 밤농사 역시 친환경인증을 받기 때문에 비료 농약을 안하지만 풀을 뽑지는 않고 대신 예취기로 두 번정도 일주일씩 걸쳐 베어주는 작업을 해준다.

 

시골에서 흔히 듣는 말 잡초와의 전쟁그 만큼 힘이 들다는 말이다

특히 밭농사는 더 더욱 힘이 더 든다

밭이 많으면 고생바가지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특히 여자들 고생이 심하다. 예전엔 밭작물 관리는 대부분 아녀자들이 도맡아 씨를 뿌릴때부터 거름주기. 풀매기, 수확작업까지가 그녀들 몫이였고 그 중에서도 그 고생의 정점에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김매기였다.

논농사는 그래도 세벌 김매기를 끝낸 뒤 만드리라 하여 김매기의 끝이 있는데 밭작물은 그렇지가 않다. 거의 일년 내내 풀이 자라고 풀을 뽑아야하기 때문이다.

오죽 하면 농가월령가 6월령에도/노래 칠갑산에도 김매기의 고충을 얘기했을라고....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풀은 재배하지 않고 산과들에서 알아서 자라는 식물로 재배중인 작물의 영양소를 뺏어먹거나 우점해버려 농업생산에 해를 주는 식물을 말한다

그래서 어떤 녀석은 약으로 쓰이기도하고 잡초로 취급되기도 한다. 논에서 자라는 피와 같은 경우 씨앗이 몇 년 혹은 수십년을 땅속에서 버티다가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발아하는 끈질김을 가지고 있어 완전제거가 힘이 든다.
이러한 잡초가 꼭 해로운 면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데 생태계에 있어서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 염류를 퍼올리는 역할을 하며 땅을 섬유화시켜서 표토층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김매기를 하게되면

호미 등으로 풀을 뽑아내면서 흙을 긁어주고 그 흙을 포기사이로 넣어주면 양분공급을 시켜줘 뿌리활력이 좋아지고 작물이 잘 자라게 된다. 더불어 제초작업을 하면서 나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김매기는 필수적인 작업이 될 수 밖에 없다. 부르는 말도 잡초를 제거한다, 지심을 맨다, 풀을 맨다, 밭을 맨다, 김을 맨다, 풀을 뽑는다 등 다양하다.

 

더운 여름날 블루베리밭 김매기의 소회를 적어본다

풀뽑기는 블루베리 수확이 끝나갈 즈음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대략 대여섯번 정도 전체 밭을 대상으로 작업을 한다. 하얗게 들판에 군락을 이룬 개망초와 괭이풀, 쇠비름, 개망초 등이 씨를 맺기전, 환삼덩굴의 씨가 작물을 감아 날리기 시작하기전에 풀을 제거하는 일이 중요한 문제이다.

아침나절부터 달아오르는 열기로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폭죽같은 땀으로 온몸이 젖는다, 눈물이인지 땀인지, 온몸에서 나는 땀 냄새, 쉰 냄새, 끈적거림 등 과히 기분좋은 상태는 아니다.

작업해야할 밭고랑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얼굴은 가림막을 하고서 모양새는 조금 빠지지만 엉덩이방석을 차고 호미를 들고 앉으면 작업준비 완료이다

앞은 쳐다보질 않고 그저 풀만 뽑는다.

주변소리에 귀 기울리지도 않기에 누가 오고가는지도 모른다. 희한하게도 시야에는 풀만 보인다

아무런 잡념도 일지 않는다.

무념무상, 고행, 묵언수행 이런 단어들을 이때 써도 손색이 없다.

가금 지인들로부터 뭐가 그리 바빠 전화도 안받느냐고 핀잔도 듣지만 휴대폰을 넣고 다니지도 않는다.

맨손으로 풀을 잡아당겨 뽑기도 하지만 보통은 호미로 또는 괭이로 긁고, 파고 왼손으로 풀을 잡아당기는 단순한 작업이다

한 줌 가득 쉼 없이 뽑고 모은다.

어느 순간 한계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온다.

팔이 저릿해지고 손가락은 잘 펴지질 않으려하고 허리는 아파오고 고개까지 뻣뻣해 질 때 작업을 그만하라는 신호이다,

이때가 쉴 때인데도 손은/ 호미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그때까지 작업을 하면 안된다고 방송에서도 알려주고 시집간 딸도 말하는데도 좀체 고쳐지질 않는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 섭취와 휴식을 해주어야 한다는데 그게 잘 안된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늘상 시기를 놓치곤 한다. 생각해 둔 만큼의 분량을 끝날 때 쯤 종국에는 지치고 갈증나고 허기가 지고 만다.

또한 작업은 주로 괭이질이나 호미질을 하는데 작업자체가 같은 방향, 같은 자세로 하다보면 한쪽으로만 자세가 고정되어 건강에 이상이 올 수도 있어 왼쪽 오른쪽으로 바꿔 작업을 해 보지만 수십년 오른 손잡이다보니 왼쪽은 작업이 영 신통찮다

또 앉아서 장시간 있다보면 무릎에 무리가 가게 되고 손가락도, 목도, 팔도, 어깨도, 허리도 아파온다.

관절, 허리통증땜에 시골 할머니들을 하루도 빼지않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게하는 주범이다.

가끔 읍내 병원에 가보면 의원마다 노인들로 북적거리는 걸 볼 때마다 나도 늙어 고생하기전에 진이 빠질때까진 작업을 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건만 마음뿐일때가 많다.

어느 순간 앞이 환해짐을 느낄 땐 아! 고지가 보인다.

고갤 돌려 풀맨 자리를 돌아볼 때 눈앞에 펼쳐지는 깨끗함, 시원함,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 그야말로 환희 그 자체이다. 이런 기쁨을 갖고자 땀을 흘렸지...

올 여름같이 길었던 가뭄속에서도 잡초는 큰다

오죽하면 옛 어른들이 이자하고 풀은 잠도 자지 않고 큰다라고 했는데 그러다 비라도 내릴라치면 이녀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풀이 자라기 시작한다

 

자리공, 큰바랭이, 달개비 등 키가 크고 덩치가 큰 녀석들은 풀뽑기가 그래도 낫다.

군데군데 나 있는 놈들을 뽑아주면 되지만 키가 작고 씨가 많이 맺혀 수도 없이 올라오는 작은 녀석들은 하나하나 일일이 뽑아야 하는데 이 작업이 시간도 많이 걸릴 뿐 아니라 힘도 더 든다. 호미로 긁어 보기도 하고 선호미로 작업을 해보지만 돌이 많아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그래서 대충 큰풀만 잡다보면

풀 맬 때 눈에 보일락 말락하고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았던 어린 풀들이 어느새 훌쩍 커 있어 며칠 지나지 않아 금새 포장을 덮어 버린다

이럴때 정말 경이로움을 느낄때도 있다. 간혹 이런 풀들을 작물로 기른다면 이렇게까지 잘 자라줄까라는 생각도 한다.

온 밭을 한바퀴 끝내고 나면 언제 풀을 맸냐는 듯 다시 풀이 자라나고 그러면 또 풀을 매야한다. 이럴 때 많은이들은 못해 먹겠다고들 한다. 옛사람들도 오죽하면 자식하고 풀은 못이긴다고 했을까?

수도 없는 풀들이 다시 자란다

 

우리 밭에는 괭이풀, 바랭이, 쇠비름, 도둑놈가시. 달개비. 쇠뜨기. , 뚱딴지. 어성초. 제비꽃, 민들레. 가시박, 큰바랭이풀 등이 주를 이룬다. 또 요즘에 새로 골칫거리로 등장한 외국에서 가축사료나 건초에 섞여 들어와 온 밭과 들을 덮어가고 있는 외래유입 잡초들도 난리이다.

환삼덩굴, 괭이풀, 박주가리, 가는털비름, 단풍잎돼지풀, 소리쟁이. 도고마리, 서양민들레, 개망초, 애기달맞이꽃, 자리공 등이 우리 땅에 정착되고 심지어 토종식물과 작물들을 누르고 우점화 하고 있고 심지어 재초제에도 강해져 있다고하고 성장속도나 개체번식이 워낙 쉽게 되기 때문에 근절할 수 없는 악성잡초가 되어 버렸다.

또한 악성 잡초중에는 헛뿌리가 나와 말라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는 녀석들이 있다. 기껏 뽑아 던져놓으면 그곳에서 뿌리가 내려서 영양활동을 해버리는 놈들이다. 쇠비름이 특히 그렇고 달개비,,바랭이도 그렇다

그래서 이런 풀들은 뽑으면 한군데에 모아두면 안된다. 다시 생장하기 전에 햇빛 좋은 곳에 펼쳐널어 말려야한다. 그런데도 비라도 한번 맞으면 다시 뿌리가 돋는다

또 어려운 풀중 하나는 괭이풀같은 녀석으로 일년내내 씨를 맺기 때문에 제때, 수시로 뽑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약초이면서 잡초인 어성초같은 풀은 겨울이 되어도 잎이 새파랗게 살아있고, 영하 10도정도로 내려가면 얼어 죽을법도 한데 살짝 데쳐진 듯 하다가도 이내 푸른색을 띤채로 겨울을 나다가 이른봄 다른 작믈이 활동하기전에 훌쩍 커 있기도 한다

 

요즘 잡초에 관해서 정립된 생각은 나도 좀 살자이다

잡초와 나 어차피 협상을 해야한다.

풀이 농장에 하나도 없게 하는건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선 눈에 보이는 덩치가 큰 풀, 수많은 씨를 퍼뜨리는 녀석, 작물을 감고 올라가는 녀석들을 뽑기로하고 작물에 크게 피해가 없겠다 싶으면 못 본 체하기도 한다.

날을 잡아 며칠에 걸쳐 온 밭을 비교적 깨끗하게 매기는 하지만 될 수 있으면 평상시에 해결하려 한다.

아침 일어나자마자 밭을 한번 휭하니 둘러 볼때도 어김없이 눈에 보이는 잡풀을 뽑는다. 특히 농사일은 아침나절에 한나절 일을 한다고 한다. 식전에 작물도 살펴볼 겸 다니면서 풀도 뽑으면 좋다.

손에는 습관처럼 장갑이 끼워져 있고 의례 호미나 조그만 괭이가 들려져 있다.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한 풀과의 공생은 오늘도 계속된다.

올 한해도 풀 매느라 참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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